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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명상

준비물

boolsee 2009. 6. 20. 13:56
  얼마 전 출근 버스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버스를 갈아 타기 위해서 내리는 문 앞에 서 있던 제 옆으로
고교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세 명이 고운 교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학생 A: 야, 너희 오늘 한복 가지고 왔어?
학생 B: 무슨 한복?
학생 A: 어제 OOO 선생님이 잊지 말라고 하면서 한복 꼭 가지고 오라고 했잖아?
학생 C: 우린 못 들었는데?? 정말이야?
학생 A: 무슨 소리야. 선생님이 못들었다고 변명하지 말라면서 여러 번 이야기 하셨는데?
학생 B: 우린 뒤에 있어서 정말로 못들었어.
(다른 학생에게 문자로 물어본 후)
학생 C: 야, 어떻해. 정말이래. 이제 집에 가서 한복 가져오기도 힘든데.....
학생 B: 아아, 망했다.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학생 A: 그러면, 세탁소에 드라이크리닝 하느라 맡겨서 못 가져왔다고 해.
학생 B/C: 정말? 그러면 되겠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 저도 학생 때에는 준비물을 잊고서 그냥 학교에 간 적도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선생님께 혼나거나 맞지 않으려고 그럴싸한 변명 거리를 준비했겠지요.

  위의 대화를 들으면서 문득, 그 학교 선생님께서 학생들의 변명에 대해 어떻게 말씀을 하실지가 조금은 궁금해졌습니다.  학생B와 학생C가 '어떤 이유'에선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내용을 듣지 못해서 제대로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한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 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하려는 생각 보다는 혼이 나지 않기 위한 구차한 변명 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만약, 선생님께서 준비물을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화를 내시기 보다는 혹시나 있을 지 모르는 학생들의 면피용 거짓말에 대해서 사전에 두려움이 생기지 않도록 하셨다면 학생들도 자신과 선생님, 친구들을 속이려는 사전 모의를 그만 두고, 같은 잘못을 하지 않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지는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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