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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명상

[조급함-01] 시청역 지하철 연결 통로를 걷다

boolsee 2009. 11. 19. 09:05
 매일 아침 출근을 하는 경로에는 버스와 지하철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중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경우, 1호선 시청역에서 하차해서
2호선 연결 통로를 거쳐서 나오게 됩니다.

 1호선 시청역에 지하철이 도착을 하고,
문이 열리면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가면서
바쁘게 연결 통로를 걸어가십니다. 물론, 저도 그 중의 한 명이지요.

  2호선을 갈아타시기 위해서 바쁘게 가시는 분도 있지만
저와 같이 연결 통로 끝까지 걸어서 지상으로 나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연결 통로를 내내 바쁜 걸음으로 걷다 보면 연결 통로 끝부분에 도달할
때 쯤에는 가쁜 숨을 내몰아 쉬게 됩니다.

몸이 이미 충분히 힘들다는 반응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몸이 하는 진실의 소리 따위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출근 시간에 늦지도 않았는데 왜 그리 바쁘게 걸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동시에 출발한 다른 사람들보다 뒤에서 걷는게 싫어서였습니다.

  왜 싫다고 느꼈을까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걸음 걸이를 의식하고 빨리 걷는다는 경쟁에서 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남보다 앞서 걸어야지만 보다 편하게 걸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바쁘게 걸어간 뒤에는 앞서서 걸어갈 때와 마찬가지의 여유가 있습니다.

때로는,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바삐 걷는 것이 운동이 되지
않을까하는 아둔한 생각도 있었습니다.

 왜 아둔하냐고요?

 운동이 되려면 최소 일주일에 2회 이상 30분 정도 몸에 땀이 날 정도로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고작 5분 미만의 숨이 약간 찰 뿐인
움직임은 말 그대로 운동 효과도 없을 것이고, 고통만 가하는 꼴이지요.
그러니, 아둔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행동이었던 겁니다.

  이런 사실을 알아채고 나니 그 후의 걸음 걸이가 편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위에 걸려있는 전시물도 보게 되었습니다. 아니 보여졌습니다.
이전에는 오로지 앞만 보고 걸었으니 주위에 있는 것들이 보일리가 없었습니다.

  광고물이나 안내문이 바뀌어 붙여 있는 것도 알아채게 되었습니다.
무료 잡지가 있는 곳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연결 통로의 끝에 도달해도
가쁘게 숨을 몰아쉬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소 엉뚱한 이야기 일 지도 모르지만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겁니다.
하지만, 주위의 소리를 듣지 않고, 주변을 살피지도 않는 것은
진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은 바로 내 옆, 그 과정에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나마 여유를 발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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